별이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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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뜨다》 展
해든뮤지움은 2013년 개관 이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예술가 피카소, 샤갈, 프랭크 스텔라, 로이 리히텐슈타인, 로버트 라우센버그, 제프 쿤스 등과 백남준, 장욱진, 이응로, 김환기, 이우환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작품들로 구성한 특별 기획 전시를 꾸준히 개최해 왔다. 더불어 2021년부터 한국 신진 작가 및 유망한 젊은 작가들을 양성하기 위해 발굴하여 지원하고 있으며, 이번 《별이 뜨다》展은 이 일환으로 10명의 작가들을 선정하여 기획한 전시다.
현대 예술가들은 인류세, 포스트 휴머니즘, 공동체와 같은 거대 담론인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 이에 적합한 대상과 이미지를 찾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멀리에서 그 대상과 주제를 찾기보다 작가 개개인이 바라보는 시선이 닿는 곳, 그 끝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작가들의 작업에 집중한다. 시선이 닿는 곳과 예술가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지, 또 시선이 닿은 끝과 시선이 닿고자 하는 또 다른 어딘가에는 무엇이 있는지, 작가 고유의 사고와 감각으로 솔직담백하게 재현되는 작품들이 이번 전시에서 보여질 것이다. 누군가는 그 사이를 성실한 감각으로 밀도 있게 채울 것이고, 누군가는 형용하기 힘든 불편함을 망설이며 날것 그대로 드러낼 것이며, 또 누군가는 불안하고 흥분된 정서의 기저를 망각으로 달콤하게 포장해 우리에게 말을 건네기도 할 것이다. 결핍이나 시간이 지닌 유한성에 대한 불안과 공포, 인간에 의해 형성되고 구분된 이질적인 개념이 만나 충돌하며 빚어내는 신묘한 풍경과 조화, 경험의 순간과 찰나를 촉각적 상상으로 시각화한 이미지, 인간의 유한성과 한계로 인한 심연의 슬픔이 자각되지만 자신의 위치를 담담히 인지하고 탐구해 가는 과정의 작업들이 본 전시의 주제에 맞춰 기획되었다.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는 경험이 보편적 깊은 공감으로 아우러지는 과정 또한 설득력 있게 관객에게 다가갈 것이다.
우주에서 반짝이는 천체인 별은 그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으로 풀려나는 에너지가 내부를 통과하며 방출되면서 빛을 낸다. 방출하는 에너지가 클수록, 또한 지구에서 가까울수록 빛은 밝아지며 멀리 있어도 빛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의 감각과 인지로는 헤아릴 수 없는 깊은 에너지를 함유해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별이 뜨다》 전에 참여하는 10인의 작가들은 각자 본인만의 고유한 에너지를 품고 발하는 별처럼 대상과 세상을 바라보는 각자의 특유한 깊이와 거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작품의 주제를 나와 상관없는 먼 곳에서 찾기보다 작가 스스로 발 딛고 선 바로 이곳, 그리고 이들이 닿는 시선, 그 세계 안에 선 경험과 기억을 붙잡기 위해 구현하는 표현적 특징들이 그윽한 에너지로 폭발해 작가들의 고유한 창발적 빛으로 발하는 순간을 이번 전시에서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 해든뮤지움 학예연구원 고연수